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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하늘과 우주를 향한 새로운 도전

  • 매체명 임철호
  • 작성일 2018-03-13
  • 조회 8529

이 글은 『과학과 기술』 제3월호에 게재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의 특별 기고입니다.


취임 후 2주 만에 처음으로 나로우주센터에서 75t 시험용 발사체의 엔진 연소시험을 참관하였다. 엔진은 143초간 잘 연소했다. 조금 안심은 되었으나 1 월 24일 취임 이후로 두 가지 이슈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하나는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발표, 다른 하나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로켓, 팰컨 헤비 (Falcon Heavy) 시험발사다.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 감으로 임기를 시작하던 차에 항공우주와 관련한 두 가지 이슈를 보면서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맡겨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걱정도 들었다. 이런 고민과 걱정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팰컨 헤비 발사와 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지난 2월 6일 팰컨 헤비 로켓 발사 장면은 대단했다. 특히 로켓 양옆의 부스터 두 개가 임무를 마치고 다시 지상에 착륙하는 장면은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팰컨 헤비는 체리 색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싣고 화성으로 가는 궤도에 올려놓았다. 팰컨 헤비는 민간 우주 기업에서 개발한 로켓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험 발사 성공으로 화성 유인 탐사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에 앞서 5일에는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도전적이고 신뢰성 있는 우주개발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라는 비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우주 발사체 기술 자립, 인공위성 활용 서비스 및 개발 고도화, 우주탐사 시작, 한국형 위성 항법시스템(KPS) 구축, 우주 혁신 생태계 조성,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 일자리 창출 등 6대 중점 추진 전략도 제시되었다.

팰컨 헤비 발사와 우리의 3차 기본계획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다. 둘은 별개가 아니다.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발사는 국가 우주개발의 지향점이다. 전 세계 우주개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우주개발 참여국은 1996년 28개 국에서 2016년에는 70개 국으로 늘었다. 우주선진국뿐 아니라 일부 개발도상국도 발사체, 위성항법 등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주선진국은 정부 투자로 기반을 조성하고 민간 참여를 확대해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을 통한 신산업 창출 단계까지 진입했다. 팰컨 헤비 발사 는 3차 기본계획의 미래인 셈이다.

 

2018년은 우리나라 항공우주 역사의 이정표

저절로 오는 미래는 없다. 할 일이 많다. 2018년은 특히 그렇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금까지 항공우주 선진국 진입이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수십 년 늦은 후발 주자였지만,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산·학·연의 노력으로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하여 간격을 좁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항공우주 분야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다. 항공우주 기술 개발을 통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더 큰 도전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중요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18년은 항공우주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중요한 임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10월 한국형발사체를 시험 발사한다. 한국형발사체는 3단(발사 중량 200t)으로 1단 300t, 2단 75t, 3단 7t 추력으로 구성되지만, 시험발사체는 75t급 엔진 한 단(발사 중량 52t)이다. 크기는 작아도 시험발사체는 설계, 제작, 시험 등 그동안 한국형 발사체 독자 개발을 위해 축적한 기술의 집합체다. 오 는 10월로 예정된 시험발사체 발사는 이러한 성과를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 발사체 완성을 향해 성큼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정지궤도복합위성(천리안) 2A 호가 발사된다. 천리안 1호가 해외기관과 공동개발이었다면 천리안 2호는 독자 개발이다. 저궤도위성은 물론 정지궤도복합위성을 만들 수 있는 우리의 위성 기술이 완성되는 것이다. 2019년 발사 예정인 천리안 2B호를 비롯해 현재 조립·시험에 착수한 차세대중형위성도 한 치의 오차나 흔들림 없이 진행되어야 한 다. 2020년에는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한다.

 

항공우주 개발을 둘러싼 환경 변화

항공 분야에서도 중요한 임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소형 민수 헬기와 차세대전투기 개발 등 기존의 국가적 체계 개발 사업과 연계된 항공기 핵심기술 개발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 안전 감시와 대응을 위한 무인기, 무인기 교통관리 시스템 등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무인 이동체 분야에서의 핵심 역량 확보도 시급하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형 개인용 항공기(PAV, Personal Air Vehicle) 등 신개념 비행체 기술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 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특히 선진국의 빠른 기술 혁신과 항공우주 산업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항우연은 미래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해외 선진국의 항공우주 연구기관은 이미 비행체 하드웨어 분야 개발의 상당수를 민간 기업으로 이전했다. 대신 공공기술과 우주과학, 우주탐사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가 그동안 이루어낸 성과와 역량만을 고집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항우연에서 축적한 위성 개발 기술은 차세대중형위성 사업을 통해 민간으로 이전되고 있다. 다른 대형사업도 단계적 기술 이전을 통해 민간 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제 항우연은 새로운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과 전자, 소재, 소프트웨어, 센서 등을 아우르는 첨단 기술 융합에 주력해야 한다.

 

다섯 가지 약속과 각오

항우연 원장에 취임하며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급변하는 항공우주 분야 연구개발 환경에서 항우연이 다시 태어나기 위한 각오이기도 하다.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라는 비장한 각오로 구성원들과 다섯 가지 약속과 각오를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첫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항우연의 비전을 제시하겠다. 이를 위해 40대 젊은 연구원들로 구성되는 ‘KARI 미래 비전 탐색팀’을 만들어 항우연의 미래 목표와 방향 그리고 비전을 찾을 계획이다. 여기서 도출된 미래 비전은 확고하고 지속가능하리라 확신한다.

둘째, 점진적으로 항우연을 소프트웨어 중심 조직으로 전환하겠다. 체계사업 중심과 기술개발 중심으로 조직을 나누고 본부 내 소규모 연구조직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위주의 개발은 점차 소프트웨어 위주 개발 사업으로 전환한다.

셋째, 사업 및 위험 관리 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 대형 체계개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원 내부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위원회는 NASA의 Chief Engineer나 Chief Scientist 처럼 내부에서는 우수 연구원, 외부에서는 경험 많은 전문가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넷째, 항우연을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 내부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은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학·연 연석 회의체를 운영해 기업의 고충과 대학의 의견을 수렴하되, 특히 중소기업에 기술을 지원하여 항공우주 분야 부품 산업을 육성하고 연구원들의 연구소기업 창업을 적극 장력하고 지원하고자 한다.

끝으로 해외 기관과의 구체적인 협력이다. 인력 및 기술 교류를 확대해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구성원의 국제 회의 참여도 독려해 전략적 국제공동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진기술 도입은 물론 항우연과 대한민국 항공우주 기술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겠다.

 

 

 

기술적 성과와 희망의 메시지

항공우주에 관한 국민적 관심은 소중한 자산이다. 새로운 도전의 든든한 자양분이다. 그렇다고 항상 응원만 보내지는 않는다.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보내기도 한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때로는 가시적인 성과물로, 때로는 희망의 메시지로 질문에 답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팰컨 헤비 로켓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가장 강력한 로켓’이라는 기술적 성과 때문이다. 여기에 화성까지 인류의 발을 내딛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까지 안겨줬다. 지금은 로드스터 운전석에 우주복을 착용한 마네킹(스타맨)이 앉아 있지만, 언젠가 그 자리에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다. 기술적 성과와 희망의 메시지, 그것은 항우연의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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