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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국은 새로운 공격헬기 시제기를 개발할 것인가?

  • 이름 박중용
  • 작성일 2013-02-08
  • 조회 8092

미국은 전 세계에서 헬기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국가이다. 군용헬기는 말할 것도 없고 민수헬기도 2011년 기준 약 9,500대를 운용하여 2위인 캐나다의 2,200여대에 비해 4배 이상의 헬기가 비행중이다. 미국이 헬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와 같이 절대적이지만 헬기 기술 개발과 제조 산업 규모에서도 리더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첨단 기술들이 군 사업을 통해 발전해 왔듯이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헬기의 유용성을 확인한 후 꾸준한 기술 개발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야심차게 개발해왔던 Comanche 헬기의 양산사업을 포기한 이래 미국은 새로운 군용헬기 개발 사업에 한 건도 착수하지 못하고 기존 헬기의 개량 사업 위주로 군용헬기 사업의 명목을 유지해왔다. 또한 민수헬기 분야에서도 Eurocopter, AgustaWestland와 같은 유럽의 헬기 체계업체의 거센 도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헬기 분야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어 왔으며, 최근에 상황 타개를 위해 새로운 공격헬기 시제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새로운 공격헬기 시제기 개발을 주장하는 그룹이 내세우는 사업 추진의 필요성으로는 미국이 군수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하자는데 있다. 미국 국방부의 고위관계자는 2012년 11월 한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헬기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미국의 능력을 유지해야한다”고 연설하면서 DARPA(Defense Advanced Projects Research Agency)가 개발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간의 다른 개발 사업과 마찬가지로 먼저 개념 정의 단계의 개발을 수행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체계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고위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미국의 엔지니어링 설계 능력이 위축되는 것을 방치하다가 나중에 다시 기술을 확보하려면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은 현재 헬기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최첨단 기술로 발전하여 차세대 헬기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통합된 설계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너무나 오래 동안 새로운 헬기를 개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분석가 역시 미국은 최근 Sikorsky사가 자비로 개발한 X2 시제기의 양산형 헬기인 S-97 Raider외에는 개발한 새로운 헬기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 동안 미 국방부는 헬기 기술을 NASA와 함께 개발하는 전략을 활용해왔지만 이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종료되어 새로운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시제기 개발 사업의 최대 장점은 양산 사업은 시제기 개발 후 시작될 수 있으므로 당장 예산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점이고 정치가들은 이러한 장점 때문에 시제기 개발 사업에 호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새로운 공격헬기 시제기 개발사업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엄청난 개발비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산은 하지 못했던 Comanche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양산사업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는 시제기 개발 사업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양산할 수 있도록 시제기 개발 때부터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 및 전략 수립 회사인 Teal 그룹의 분석가는 시제기 개발 사업의 문제점으로 정부 지원의 혜택이 주로 체계업체에게만 돌아가므로 구성품을 제작하는 협력 업체들은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었다. 사실 지금과 같은 군용헬기 산업 분야의 경기 부진은 체계업체 보다는 구성품 업체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구성품의 설계와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 역시 미국이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시스템 통합과 체계 설계와 같은 예술적 경지의 기술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제기 개발 사업이 필요하다는데 동의를 하면서, 구성품과 체계 시제기 간에 절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2012년에 군용헬기인 수리온의 개발을 끝냈다. 외국의 기술 지원을 받았지만 우리 손으로 개발한 우리 브랜드의 헬기로서는 최초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쌓고 산업을 키워온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앞에서 살펴본 미국의 헬기산업에 대한 대응을 보면 교훈으로 삼아야 할 내용들이 있다. 어렵게 구축해놓은 헬기 산업 기반과 기술, 숙련된 인력들은 후속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지 않으면 쉽게 와해될 수 있다는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헬기 강국도 그러한데 대한민국과 같이 이제 겨우 첫 번째 헬기를 개발한 나라는 더더욱 기반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다. 수리온 후속사업으로 추진 중인 소형무장헬기(LAH)와 소형무장헬기 연계 민수헬기 개발 사업을 반드시 착수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헬기와 같은 항공산업의 핵심 기술들 중에는 체계 종합 및 설계 기술이 가장 중요하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끊임없이 구상해야 한다. 이 때 구성품 개발 기술과 절충이 필요하다는 점은 미국의 예를 봐서도 알 수 있다.

민수헬기 시장에서 유럽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이 아직까지는 우위에 있는 군용헬기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신형 공격헬기 시제기 개발에 착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 : Flightglobal(http://www.flightglobal.com/, ‘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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