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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는 왜 우주로 가는가?

  • 이름 관리자
  • 작성일 2012-09-04
  • 조회 7509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방엽 책임연구원이 YTN에 기고한 글입니다.]

관련기사 링크 : http://www.ytn.co.kr/_ln/0105_201208311042355448


제목을 쓰고 보니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느낌이다. 우리는 왜 우주로 가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는가?
지난 8월 25일에 사망한 최초의 달착륙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까 궁금하다.
필자처럼 우주개발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답한다면 솔직하게 첫 번째 답변은 '먹고 살기
위해서'다.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네티즌들에게는 무척 실망스런 답변일 것이고 필자가 생각해도
형이하학적인, 아주 유치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좀 더 멋있고 그럴듯한 다른 대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전 세계의 우주개발 선진국에는 국가의 우주개발을 주관하는 대표적인 국가기관이 있다. 미국의 NASA
(국가항공우주국), 유럽의 ESA(유럽우주국), 일본의 JAXA(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중국의 CNSA
(중국국가항천국) 등이다. 이 기관들의 웹사이트를 찾아가보면 대개 해당 기관의 비전이나 설립 목적을
밝히는 비전선언문(Vision Statement)이란 걸 볼 수가 있다.

거기에 있는 내용들을 참고해 보자.

먼저 미국항공우주국 NASA.
"To reach for new heights and reveal the unknown so that what we do and learn will benefit all humankind.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여 미지의 세상을 알게 함으로써 우리가 한 일과 배운 지식이 인류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주개발 선진국답다.

다음은 유럽우주국 ESA.
"Its mission is to shape the development of Europe’s space capability and ensure that investment in
space continues to deliver benefits to the citizens of Europe and the world.
(유럽의 우주개발 능력을 실현하고 이에 대한 투자가 유럽과 세계인들의 확실한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 ESA의 존재 이유를 설득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 JAXA. 조금 길다. 다섯 가지로 나뉘어 있다.
1. To build a secure and prosperous society through the utilization of aerospace technology.
(항공우주기술의 응용을 통해 사회의 안전과 번영을 추구)
2. To prepare for the unraveling of the mysteries of the universe and for lunar utilization, in order to
seek the origins of the Earth and humankind.
(지구와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고 달의 이용을 추구)
3. To implement world-class space transportation and Japan's indigenous space activities.
(세계적인 수준의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일본 고유의 우주 분야로 만듦)
4. To develop aerospace as Japan's next key industry.
(일본의 우주산업을 다음 세대의 중심 산업으로 발전)
5. To establish Japan's aviation industry and develop supersonic aircraft
(일본의 항공우주산업 육성과 초음속 항공기의 개발)
경제대국 일본답게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인상을 준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하늘과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과 새로운 가치의 실현."
조금 모호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국가의 발전을 위한다는 소신 있는 비전을 담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에게 물어볼까 했더니, 이미 그런 질문이 올라와 있었다.

역시 네이버 지식인답다. '왜 인류는 우주개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들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지구의 자원 고갈로 인한 우주자원 확보', '선진국들의 땅 따먹기, 우주식민지 개척',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국력 경쟁', '군사적 이용 목적', '외계인과의 통신 또는 외계인 침공에
대비' 등등. 제일 마지막의 이유만 뺀다면 모두 나름대로 맞는 답이다.

그런데 좀 더 근본적인 답은 없을까. 필자는 '우리는 왜 우주로 가야하나?'라는 질문의 답을 다른 연구개발
분야에 견주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왜 우주로 가야하나?'라는 질문은 '왜 원자의
세계로 가야 하나?' 또는 '왜 인체의 세포 속까지 들여다보아야 하나?', '왜 요상하게 생긴 새우 같은 거나
있는 심해에 내려가려 기를 쓰고, 악어와 징그러운 벌레가 득실대는 정글을 누비며, 차디찬 극지의 빙산과
바다를 뒤져야 하나?'와 같은 맥락의 질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질문을 만나서 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인류는 수조원을 들여 입자가속기를 만들고, 거대한 천체망원경과 심해잠수정을 개발하고,
남북극의 강한 비바람과 오지의 정글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던 것이다.

흔히 과학 분야에 3대 근본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물질의 기본요소는 무엇인가?', '생명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인간은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이유는, 지금 진행 중인 연구개발과제의 성과물들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 나아가서 세계 인류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서 '기여'라는 말은,
우리나라 수출 시장의 새로운 효자 품목이 된다는 등의 금전적인 보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기여' 라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고 아름답게 할 수 있고 어떤 형태로든 지금보다
나은 수준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 동력원이 될 수 있다면 모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얻게 된 부수적인 이익들(스핀-오프라고 한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니, 현대 사회에서 누리는 모든 문명의 혜택은 전부 과학기술자들의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장치부터 등산용 배낭에 흔히 쓰는 찍찍이까지
우주개발 과정에서 얻은 '스핀-오프' 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달탐사나 행성 탐사를 논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헬륨-3와 메탄가스 에너지 등도 대표적인 예다.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8월 6일, 우주탐사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화성탐사용 로버 '큐리오시티'의 화성 착륙이다. 당시, 지구인들은 2억 5천만 킬로미터 밖에서 벌어진
착륙과정(공포의 7분이라고 불린)을 '라이브' 중계방송으로, 그것도 길거리를 달리는 버스 속에서 손바닥
위에 놓인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만큼 놀라운 기술발전의 시대를 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필자 주변의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그다지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해, 일본 출장 중에 동경 시부야의 번화가 네거리에서 어느 백화점의 옥외 대형 LCD TV에
국제우주정거장 안에서의 우주인들의 활동 모습이 중계방송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길 가던 인파들이 신호등을 기다리며 혹은 버스를 기다리며 우주인들의 활동을 보는 광경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 순간만큼은 우주가 결코 먼 곳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항우연에서는 앞으로 두 달 동안 네이버와 함께 우주개발 기술 분야에 대해 배워보는 특별한 코너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비롯해서 항공우주연구원의 중견 연구원들이
인공위성과 로켓, 우주비행 기술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네티즌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클릭을 기대한다.


* 김방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위성관제팀장, 이학박사)
연세대학교에서 천문학과 우주동역학을 전공했으며 1995년부터 정지궤도위성의 임무해석과 관제기술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근무하면서 KT 무궁화위성 관제기술지원, 천리안위성 개발 등에
참여하였다. 2004년 과학의 날, 우수연구원상 수상(국무총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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