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헬기를 이용한 조난자 구조의 위험성
지난 5월 28일 KAIST가 주관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후원한 “헬리콥터 사고현
황 분석과 예방 방안 세미나”가 KAIST에서 개최되었다. KAIST, 항공기상청, 교통안
전공단, 소방방재청, 그리고 미8군 항공처에서 헬기 사고 관련 주제를 대상으로 발
표를 하였고, 산/학/연/관의 관련자들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인 바 있다.
세미나에서 헬기의 주 사고 원인은 인간의 실수이며 다음으로 엔진 고장, 기계 고
장, 기상 악화 등을 꼽을 수 있다고 교통안전공단의 이강준 박사가 발표하였다. 또
한 헬기는 고정익기에 비해 사고율이 높은데 헬기가 인간의 실수를 유발하기 쉬운
험한 운용환경에서 주로 비행하며, 시각에 의존하는 비행이 많고, 조종실 환경이 소
음과 진동이 심해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헬기의 아버지격인 Sikorsky는 사람이 위험에 빠져 있을 때 고정익기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수직이착륙기, 즉 헬기는 그 사람을 구조할 수 있다는 요
지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한 적 있다.
"If a man is in need of rescue, an airplane can come in and throw flowers
on him, and that's just about all. But a direct lift aircraft could come in and
save his life."
헬기의 다양한 활용성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명구조이며, 대부분의 인명구조 상
황은 인간의 실수를 유발하기 쉬운 험한 운용환경이다.
이번에 호주의 교통안전국(Australian Transport Safety Bureau : ATSB)은 폭포에
서 조난자를 구조하다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보고서를 발행했다. 헬기의 운용환경
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지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판단되어 소개한다.
2011년 12월 24일 호주의 Budderoo 국립공원에 있는 Bridal Veil 폭포 근처에서
조난 신고가 들어왔다. 두 명의 등반가가 암벽을 오르다가 한 명이 폭포 밑으로 추
락하자 나머지 한 명이 개인위치추적비콘(personal locator beacon : PLB)을 이용
해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다. 조난 신호를 접수한 호주 구조 센터(Rescue
Coordination Center of Australia : RCC)는 사고 지역에서 약 16km 떨어진 New
South Wales의 Bankstown 공항에 대기 중이던 AgustaWestland사의 AW139 헬기
를 출동시켰다.
AW139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 추락한 등반가는 부상을 당한 채 폭포 밑 튀어나
온 암벽 위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구조 방법인 권양기를 이용해 직
접 부상자를 인양하기에는 지형과 수풀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즉, 아래 그림과 같이 두 명의 구조대를 우선 폭포 위쪽에 내린
후 한 명의 구조대가 다시 폭포 밑으로 내려가 부상자와 함께 헬기에 의해 인양되
는 방안을 고안한 것이다. 인양되면서 부상자와 구조대가 진자운동에 의해 흔들리
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정화 로프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조난 당시 구조 개념, 출처 : ATSB 보고서>
계획대로 구조에 착수할 무렵 해가 지기 시작했다. 헬기 조종사는 부상자와 함께
있던 구조대로부터 인양 준비가 되었다는 수신호를 받고 헬기를 약 9m 정도 상승
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조가 순조롭다고 생각했으나 갑자기 안정화 로프 시스
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부상자와 구조대는 폭포 아래 쪽 튀어나온 암벽 쪽으로 추락
했다. 결국 이 사고로 구조대원이 사망했다.
ATSB는 보고서에서 사고의 원인으로 조명, 헬기의 위치, 변경하여 채택한 구조 절
차, 그리고 불완전한 훈련을 들었으며 New South Wales의 응급구조 서비스와 헬
기 운용자의 조직 문제도 덧붙였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
를 완수하기 위해 기존 구조 절차를 변경하게 되면 잠재된 위험 요인을 식별하거나
리스크를 관리하기 몹시 힘들어지고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
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능한 모두 고려하여 구조 절차를 수
립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예상하지 못 했던 환경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 헬
기는 구조를 목적으로 비행하므로 이런 상황에서 임무를 포기하지 않고 위험을 무
릅쓴 구조를 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헬기를 개발하는 헬기 제작사는 험한 운용환경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헬기의 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안전성 향상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이와 동시에 헬기
운용자들도 인명구조, 산불진화 등 위험한 임무 수행 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을 연구해왔다. 앞으로도 헬기 제작사와 운용사는 꾸준한 기술과 절차 개발을 통해
헬기의 사고율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참고 :
1. 헬리콥터 사고현황 분석과 예방 방안 세미나, 한국과학기술원, 2013. 05. 23
2. Paramedic Dragged on Rocks in Australian Waterfall Rescue Attempt,
rotor&wing, May 29,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