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1113541_1.hwp
|
보도자료 □□□□□□□□□□□ |
보 도 시 점 |
|
|||
자료배포일 |
'07.11.21 |
매 수 |
총 7 매 |
|||
담 당 |
우주인개발단 |
우주인개발단장 |
최기혁 |
042) 860-2217 |
||
홍보실 |
담당 |
민지선 |
042) 860-2257 |
한국 우주인, 우주인 훈련일기 (26편) |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백홍열)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우주인 이소연 씨의 우주인 훈련일기(26편)을 공개했다.
〔첨부〕한국우주인 훈련일기(26편)
훈련일기 (이소연)
내 몸을 측정하는 또 하나의 방법 '찍어내기'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 치수를 재 본 경험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치수를 쟀던 곳이나, 재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입학 전, 교복을 맞출 때나 지난 12월 25일 최종 우주인 선발 발표를 앞두고 의상을 맞출 때나, 키, 어깨,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 등의 몇 가지 치수만으로도 내 몸에 꼭 맞는 교복과 의상을 제작하는 데는 충분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단 한번도 의자 제작을 위해서 몸의 치수를 재본 적은 없었으며, 의자를 구입하기 위해서도, 내 몸의 치수가 필요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주복과 소유즈 우주선에 놓일 의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이와는 달리 너무나 꼼꼼한 치수측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 과정의 중요성은 일정표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 일정의 거의 모든 시간이 우주복과 소유즈 우주선내의 의자 제작을 위한 치수 측정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8시 숙소 앞에서 우주복 담당 교관, 통역장교를 만나 치수 측정을 할 곳인 <즈베즈다 (звезда; 별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우주 관련 물품을 제작하는 러시아 회사)>로 향했습니다. 즈베즈다는 버스가 별의 도시를 떠나 약 1시간쯤 모스크바 외곽의 남쪽으로 달려 도착한 작은 도시 <타밀리노(томилино)>에 자리 잡고 있었고, 가을이 한창인 모스크바 외곽을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니, 가을맞이 단풍놀이를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즈베즈다 입구에서 만난 치수 측정 담당자는 역시나 연륜이 느껴지는 분이었고, 인사를 하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마음의 준비가 되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살짝 당황해서 주춤했더니 오늘은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처음 입구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과정을 지나고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수를 재기 위한 곳으로 들어가자, 석고로 몸을 3번 정도 떠야 하고 그 동안 온몸이 젖게 된다고 하면서 옷을 건네주었습니다. 가는 길에 버스에서 우주복 담당 교관이 사이클 할 때 입는 옷과 비슷한, 몸에 달라붙는 모자가 달린 흰색 속옷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갈아입기 위해 받아 들고 보니, 그 설명과 완전히 일치하는 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몸이 완전히 젖기 때문에 속옷도 먼저 바꿔 입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준 속옷을 받아 들고는 너무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다름 아니라 남성용 속옷이었습니다. 아무 말을 못하고 물끄러미 옷을 건네준 여자분을 쳐다보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남성용밖에 없으니까 그냥 이 속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습니다. 일단 먼저 한번 해보고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제가 입고 간 속옷을 입은 채로 하얀 사이클 복을 입고, 치수 측정 준비를 했습니다.
키를 잰 후에, 투명한 플라스틱 기구 위에 올라가 누워서 부분, 부분 치수를 측정했습니다. 정확히 신체와 기구가 닿는 부분을 측정하기 위해서 기구 아래쪽으로 들어가서 측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세와 기구로 측정을 하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모든 과정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기본 치수 측정이 끝나자 바로 옆방으로 옮겨갔습니다. 어찌보면 어린아이 목욕통 같이 생긴 통 안으로 들어가서 소유즈 내에서와 같은 자세로 눕게 되면 몸 주변으로 액상의 석고를 채워서 모양을 떠내는 것이었는데, 한번에 전체를 다 뜨는 것이 아니라 상반신 한번, 하반신 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다듬고 보완하기 위한 과정, 이렇게 3번이었습니다. 그리고 형틀이 굳어진 뒤 일어나는 동안 만들어진 형틀이 부서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천정에 달려있는 크레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젠가 <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이토록 공감하게 된 적도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옷을 건네줄 때, 온몸이 완전히 젖게 되니까 속옷도 미리 갈아입어 두라고 준 '남성용 속옷'에 워낙 놀래서 그냥 입고간 속옷을 입고 첫번째 석고틀을 진행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몸이 완전히 젖게 되어서, 씻고 다시 옷을 갈아입을 때는 건네준 속옷으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갈아 입으라고 할 때 갈아 입을걸...'하는 생각에 옷을 준 분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남성용 속옷을 입고, 또 갈아입으며 치수 측정은 계속되었습니다.
첫번째, 두번째, 형틀을 떠내고 나니 전체적인 보완 및 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부분을 깍아내고 손질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그 동안 우주복 제작을 위한 치수 측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주복 치수 측정에 앞서 "내 몸에 이렇게 많은 치수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측정을 하다 보니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몸 구석구석의 모든 둘레, 길이는 전부 다 측정하는 것 같았고, 그 치수를 이용하면 나와 외형적으로는 완전히 똑같은 모양의 사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보완하는 석고 형틀 뜨는 과정이 시작되었고, 다시 한번 온몸이 석고 속에 묻혔다가 일어났습니다. 매번 석고가 부어지고 나면 여러 사람이 몸이 떠오르지 않게, 굳을 때까지 몸을 꼭 누르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통증이 있는 곳은 없는지, 형틀에 누워있는 동안 불편한 곳은 없는지를 꼼꼼하게 묻고 확인하였습니다. 그곳의 거의 모든 사람은 또한 별의 도시에서처럼 오랜 기간 동안 그 일에 관한 프로가 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석고 형틀은 완성되어 가고, 마지막으로 우주복을 입고 불편함이 없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별의 도시에서 가지고 간 우주복을 입었습니다. 몸에 꼭 맞는 우주복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의자 제작을 위해 가지고 간 우주복을 입고 확인을 했습니다. 이제는 몇 번 입고 훈련을 해서 그런지 우주복을 입는 것이 예전처럼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주복을 입고 앞서 제작한 형틀 안에 들어가서 확인했습니다. 머리, 목, 등, 허리 등등 구석구석에 대해서 불편한 곳은 없는지, 통증이 있는 곳은 없는지 확인했고, 역시나 그때그때 확인하고 제작한 것이라 그런지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놔두면 잠들지도 모를 만큼 편한데요." 라고 이야기했더니 다같이 웃었습니다.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난 우주복과 우주선내 의자 제작을 위한 치수 측정이 끝나고, 그곳에서 수고한 여러 사람과 우주복을 입은 채로 기념사진도 촬영했습니다. 다들 친절하게 잘해줘서,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게 잘 끝난 것 같았습니다. 역시나 연륜이 있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편안하게 잘 배려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른 말씀을 듣지 않은 벌은 남성용 속옷을 옷 속에 입은 채로 숙소에 돌아오는 것으로 받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몇 시간 만에 특별한 기구들을 이용해서 비교적 빨리 치수측정을 할 수 있지만, 과거 처음 우주복과 우주선을 개발할 당시에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떤 기계나 시스템이든 처음 개발 당시 개발자들의 여러 시행착오와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듯, 40여년전 우주에 처음 사람을 보낼 당시에도, 여러 어렵고 힘든 시행착오의 과정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유인우주기술 분야의 걸음마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으로 강국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필수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닉을 발사한지 50년을 기념하며 축제를 여는 러시아처럼, 우리의 우주기술의 시작을 기념하는 축제를 열고, 완성된 기술을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생각할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 옷이 잘 어울리는데요!
(에떠 이죧 하라쇼 밤!)
Photo
1. 투명한 기구 위에서 치수 측정하는 모습
2. 석고틀을 뜨는 통을 보며 설명을 듣고, 그 안에 들어가서 소유즈 내부에서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
3. 형틀을 뜨기 위해 석고를 붓는 과정
4. 석고가 굳는 동안 몸이 떠오르지 않게 누르고 있는 과정
5. 석고가 굳은 다음 크레인으로 몸을 들어 올리는 과정
6. 우주복제작을 위한 치수 측정
7. 우주복을 입은 채로 통속에 들어가서 형틀 제작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
8. 모든 치수 측정이 끝나고 다같이 기념촬영
9.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닉 발사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하인사를 하는 우주인 훈련 센터 찌블리에프 센터장, 그리고 함께 참석한 여성 최초 우주인 테레쉬코바, 러시아 피아니스트 유리 로줌